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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영화보기

봄날은 간다 영화 줄거리 및 스틸이미지

by 자립청년 2019.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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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2000년대 한국 영화 시월애를 보고 이 시대의 한국 로맨스, 한국 멜로 영화들을 몇 편 봐야겠다고 마음먹었었다. 그리고 자우림 김윤아의 음악으로 익숙한 제목, 영화 봄날은 간다를 보았다. 시월애와 비슷한 시대의 영화 2001년도 영화, 봄날은 간다.

젊은 모습을 한 유지태와 이영애 두 배우의 예쁜 모습들을 볼 수 있는 영화 봄날은 간다.

물론, 유지태도 이영애도 현재도 너무나 멋지고 매력있는 배우이지만 이들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보는 것 또한 흥미로웠다. 이영애는 정말 하얗고 예쁘다.  살짝 중성적인 느낌도 들며 묘하게 예쁜 느낌. 상우와 은수에 빠져있다가 문득문득 아, 이영애 예쁘다 하며 보게 된 영화이다.

 

사운드 엔지니어인 상우 (유지태)는 치매의 걸린 할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고모와 함께 살고 있다. 녹음 작업건으로 지방 방송국 라디오 PD인 은수 (이영애)를 만나게 된다. 바로 옆 자리에서 전화로 인사를 나누는 만남, 너무 귀엽다. 

 

자연의 소리를 채집해서 들려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은수는 상우를 따라 이곳 자곳 소리 채집을 다닌다.

 

바람이 불어오는 대나무 숲,  겨울의 물 소리, 눈 내리는 절에서의 새벽, 강의 소리, 파도와 바람의 소리, 할아버지 할머니 (노부부)의 민요 소리. 다양한 소리들을 채집하러 다니며 드러나는 풍경들과 영화 내내 들려오는 평온한 소리들에 절로 눈과 귀가 즐거워진다.

이들의 계절의 변화 즉 시간의 흐름도 자연스럽게 이 속에 묻어나는데 은은한 묻어남이 참 좋았다.

 

장면들이 너무 아름답다.

 

소리를 채집하며 자연스레 함께 시간을 보내는 두 사람은 어느 날, 은수의 아파트에서 함께 밤을 보내게 되고 그렇게 쉽고 빠르게 휴지에 빠르게 스며드는 커피 처럼 아주 사랑에 빠진다. 처음에 자고 갈래요? 하고 묻는 은수의 대담함이 참 묘하게 이영애의 목소리와 어울렸다.

 

- 라면 먹을래요? 자고 갈래요?

- 좀 더 친해지면 해요.

 

그리고 이미 결혼을 한 적이 있다는 은수는 상우와의 만남은 좋지만 결혼에 대해서는 부담스러움을 표현다. 그리고 어느 연인들처럼 감정의 변화,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그리고 명대사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기억에 남는 영화 봄날의 간다 속 대사들..

 

- 상우씨, 이제 뭐 할 거야? 일도 끝나가는데.

   무슨말이야?

   그냥 끝나간다고.

   뭐가 끝나는데?

   그냥 끝나간다고. 내 말 못 들었어?

   뭐가 끝나가는데?

   어후. 답답해.

 

- 은수 씨, 내가 라면으로 보여? 말조심해.

 

감정의 변화 들. 그리고 어느 날 뭣대로 상우의 몇 가지 짐을 싸놓은 은수. 상우는 할 말이 있는 듯 하나 짐을 챙겨 은수의 집에서 나오는데.

은수는 갑자기 찾아와 예쁘게 웃으며 내가 오니까 좋아? 나 보소 싶었지라고 묻는다. 이상한 여자다. 그런데 이 여자를 어떻게 미워하고 밀어낼 수 있겠는가? 상우는 바보처럼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리고 다시, 한 달만 떨어져 있어 보자고 말하는 알 수 없는 은수.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상우.

 

무작정 은수를 찾아간 상우는 은수가 다른 남자의 차에 타는 것을 보게 된다.

이전에 상우에게 보인 그의 가정사 중에는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두고 바람을 핀 것, 아버지가 바람을 핀 것이 나오는데 이 또한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는 묘한 연결고리다. 은수의 바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수를 사랑하는 상우.

 

- 우리 헤어지자.

   내가 잘할게.

   헤어져.

   너 나 사랑하니.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헤어지자.

 

정말이지 바보 같은 상우, 그리고 헤어짐을 고하는 은수. 극 중 은수의 이랬다 저랬다 하는 캐릭터도 상우의 순애보 캐릭터도 제삼자가 보기에는 답답한 구석이 있지만 정말 사랑의 민낯을 그대로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매번 역에서 오지 않는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할머니에게 이별의 아픔으로 괜히 화를 내게 되는 상우. 이제 정신 좀 차리라며 소리치는 상우에게 사탕 한 알을 까서 먹여주는 장면이 괜히 마음이 쓰였다. 

 

- 힘들지? 버스하고 여자는 떠나면 잡는 게 아니란다..

 

같은 맥락으로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상우는 나가는 방향으로 놓여있는 할머니의 신발을 발견하는데, 이를 보고 집 안으로 들어오는 방향으로 바꾸는 장면이 참 뭉클했다. 역시 섬세한 감독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 기억나?

   뭐가?

   그냥..

 

또다시 찾아온 여자, 은수. 

그리고 이번에 상우는 은수를 다시 잡지 않는다. 매번 은수의 헤어짐을 붙잡았던 상우는 이제 헤어지자. 그렇게 은수를 떠나보낸다.

 

반복되는 레퍼토리, 만남과 헤어짐, 사랑과 사랑. 

은수가 처음부터 언급하는 라면, 어쩌면 상우는 은수에게는 그런 인스턴트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라면 같아 보이냐는 상우가 중간에 언급한 김치처럼 상우는 은수와 오래오래 묵을수록 깊어지는 관계를 원했을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은수는 나는 김치 못 담가 라고 말하고 상우는 이를 또 내가 담그면 되지 하고 말한다. 이 문장들은 이 둘의 마치 관계를 대변하는 것 같다.

 

상우와 은수의 연애는 우리가 사랑한 건 우리가 그리워 한 건 네가 아니라 그때의 우리였다는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 일까.

추억이 담긴 시간들, 그 시간 속에서 사랑이 변하는 게 아니라 단지 사람의 마음이 변화는 거라는 은수.

연인 간의 심리묘사가 정말 너무나 잘 되어있어서 마음이 아리는 영화인 것 같다.

또한 왠지 모르게 기껏해야 은수의 차를 긁는 것으로 소심한 복수를 하고 마는 상우를 응원하게 됨과 동시에 이상하게도 은수를 미워할 수도 없는 영화였다.

 

마지막으로 영화 봄날은 간다가 가지고 있는 소리에 대한 부분, 영상에 대한 부분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사운드 엔지니어와 라디오 PD라는 직업답게 아름다운 소리들로 구성되었고 이를 확대 해석하면, 소리라는 것은 아주 조용히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인데 이 것이 사랑이라는 것은 서로에게 아주 귀기울여야 한다는 것으로 이어지는 맥락이 아닐까.

 

아름다운 소리와 함께 보여지는 자연의 풍경, 옛날의 모습, 감성, 색감과 분위기들이 너무나 평온했다. 개인적으로는 이영애의 의상도 굉장히 흥미로웠다. 2001년 18년 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입어도 괜찮은 의상들. 역시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인가. 

 

오랜만의 한국 멜로 영화, 봄날은 간다.

시간의 흐름이 사랑이 스며드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묘사된, 아름다운 영화였다.

상우와 은수의 연애는 우리가 사랑한 건 우리가 그리워 한 건 네가 아니라 그때의 우리였다는 이야기를 애절하고 아름답게 보여주는 것 같다.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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