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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영화보기

아웃사이드 인(Outside In)

by 자립청년 2019.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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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개봉 영화 아웃사이드 인 Outside In은  특별한 정보 없이 넷플릭스를 보다가 접하게 된 2017년도 영화였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본 영화여서 넷플릭스 정보에 써진 짤막한 영화 소개처럼,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나온 남자와 그의 형기를 빨리 마칠 수 있게 도와준 여자의 단순한 사랑 이야기인가 하면서도 짧게 보여지는 영상들의 흐린 색감이 꽤 괜찮아 보여서 재생하게 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이 영화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각자의 관계, 소통의 단절에 대해 잘 그려낸 영화였다.

 

처음에 이 포스터를 보고 뭔가 고전적인 영화인가 하는 생각도 살짝 들었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이 포스터가 크리스와 캐럴의 관계를 잘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세계 안의 그. 아웃사이드 인.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 주인공 크리스. 무려 20년 만에 가석방, 자유의 몸으로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간소한 환영식 모든 게 낯선 그의 바 세상. 20년 만에 혼자 쓰는 화장실, 편히 누울 수 있는 침대, 거리의 사람들, 바뀐 풍경들. 

 

모든 것이 낯선 크리스는 20년 치 녹이 슨 자전거를 끌고 밤거리를 나선다. 그리고 펍에 앉아 있는 자신의 학창시절 선생님이자 감옥에 있을때 부터 자신의 전부였던 캐럴을 만난다. 주고받는 짧은 이야기와 눈빛. 캐럴 역시 크리스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느끼지만, 자신은 이미 결혼도 한 가정이 있는 사람이고 20년 전 크리스는 자신의 학생이었다고 스스로 선을 그으려 노력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출소 후 완벽한 자유를 누린다고 생각하지만, 가석방 상태로 지역을 벗어날 수도 없고 수많은 감시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크리스는 짧은 학력과 무려 살인이라는 범죄 이력으로 마땅한 일자리를 찾는데 어려움을 느끼며 계속 캐럴에게 의지를 해간다.

 

딸과 남편이 있기에 이런 크리스가 더욱더 불편한 캐럴은 그냥 우리 집에도 놀러 오는 그런 친구가 돼보자고 하며 그를 집으로 초대한다.

 

이 집에서 테이블에 둘러앉아 즐겁게 웃어본 적이 언제 였는가. 크리스는 물론 캐럴과 그녀의 딸 힐디까지 각각의 단절을 품고 살아가는데 이 장면에서 낯선 이(크리스)의 등장으로 잠깐이나마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 왠지 짠하게 느껴졌다.

 

엄마 캐럴은 영어 교사로 살면서 크리스와같이 감옥에서 긴 시간을 보내게 되는 학생들을 돕고자 자원봉사를 하며 스스로 강인하고 바쁜 시간을 보내지만, 남편과의 관계에서는 늘 외로운 한 여자이다. 관계의 거절, 늘 따로따로, 대화는커녕 모든 것이 단절된 남편과의 소통 불가의 상황에 외로움이 더해져만 가는 캐럴.

 

그리고 그런 아빠와 엄마 사이, 외동딸로써 존재하지만 집에 들어가기도 싫을 만큼 가족에 대한 부재를 겪고 있는 10대 청소년 할디. 사실 할디의 모습은 크리스의 과거 같기도 또 20년 만에 세상으로 나왔지만 그에게 멈춰있는 세상의 현재 같기도 하면서 묘하게 교차되는 인물이다.

 

크리스와 캐럴.

 

크리스는 일자리를 찾으러 갔다가 그 곳에서 일하는 캐럴의 딸 할디를 만난다. 할디는 엄마를 통해 크리스가 살인자가 아니라는 진실을 알고 있는 소녀로 다른 이들이 모두 크리스를 살인자로 대할 때 그냥 한 사람의 사람으로 대할 수 있는 인물. 그리고 대화를 나눌 상대가 없다고 느끼는 둘은 조금씩 친구가 되어간다.

 

크리스는 20년 전 같이 있던 사람이 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그냥 맥주나 한잔하러 갔다가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그 피해자를 살리다가 잡혀 모든 죄를 뒤집어 쓴채 살아가게 된다. 이러한 극한의 상황에서 그를 버틸 수 있게 해준 것은 바로 캐럴이었던 것이다.

- 너희 엄마는 정말 대단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자신은 뒷전이고 일에 바빠 몇 년 동안 집을 비우다가 이제 와서 갑자기 자신의 베프가 되려는 엄마를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할디. 

 

묘한 공통점 속에 그 들은 더욱이 가까워진다. 그리고 그런 그를 더욱 위로해 주고 안아주고 싶은 할디. 

 

 

비틀비틀하는 현재의 자신을 다 잡고자 남편에게 함께 상담이라도 받아보는 것이 어떠냐고 하지만 남편은 이조차 거절한다. 기댈 곳 없이 점점 외로워지는 캐럴은 밤, 크리스를 찾아간다. 그들은 가발을 뒤집어쓴 채 귀여운 데이트를 한다. 식당에 가서 밥도 먹고, 볼링도 치고 웃고 떠들며 즐거운 밤을 보내고 함께 밤을 보내게 된다.

 

20년 전의 선생과 제자는, 20년의 크리스의 감옥생활 동안 편지를 주고받으며 알 수 없는 감정들에 휩싸인다. 처음엔 선생으로서 보냈던 편지나 나중에 어느 정도 과제를 주고 그것을 수행하게 해주고 캐럴의 그런 편지가 유일한 세상과의 소통이었으며 크리스 곁에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으니. 

 

- 네가 원하는 사람이 나인지 어떻게 생각해?

- 전 그냥.. 단순하게 살고 싶어요.

 

결국 크리스와 캐럴의 밤은 아침이 되어 도착한 딸과 남편에 의해 발각되고 그들은 다시 그들의 위치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또 다른 단절을 표현하는 인물 테드.

테드는 크리스의 동생으로 20년 전 사건의 현장에 함께 있었지만 끝까지 도망쳤다. 끝없는 죄책감과 두려움으로 형의 면회조차 갈 수 없었던 테드는 뒤늦게나마, 자신이 면회를 갈 수 없었던 이유를 고백하며 용서를 구한다.

 

캐럴은 할리에게 엄마가 만회할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며 다시 다가간다.

 

이렇게 영화는 크리스, 캐럴, 할디, 데드, 그리고 캐럴의 남편 셰인까지 모든 인물이 각자가 지니고 살아가는 단절된 소통 부분을 잘 드러내고 있다.

 

부부관계, 부모와 자식의 관계, 그리고 형제의 관계에 대하여 말이다.

이렇게 가장 가깝다면 가까운 가족이라는 속의 관계에서 오는 소통의 단절을 드러내고 그것을 회복하는 과정이 잘 담겨 있다. 끝내 캐럴가 셰인의 관계는 회복되지 않는다. 단지 그 둘 사이에 딸이 있기에 그 울타리를 지키게 유지해준다. 이 또한 사실은 흔히 볼 수 있는 부부의 삶인데 현실적이지만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리고 어쩌면 서로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라기보단 서로의 단절에 대한 소통의 창구의 역할을 했을 수도 있던 크리스와 캐럴, 서로에게 빛과 위로였던 그들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영화 아웃사이드 인은 진부한 내용일 수도 있지만 영화의 구성이나 조금 흥미 있게 다가오는 영화 속 사운드 등이 잘 조화로워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마지막 엔딩이 딱 끊겨버리는 느낌이 있어서 한 3초 5초의 호흡만이라도 더 전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지만 전반적으로는 각자의 이야기들, 각자의 삶, 단절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잘 표현하는 영화 내내 흐린 날의 느낌도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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