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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영화보기

시월애

by 자립청년 2019.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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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9년 전인 2000년에 제작된 이현승 감독의 한국 영화 시월애가 넷플릭스에 올라왔다. 사실 나는 옛날 한국 영화들을 많이 접해보지는 않았는데 넷플릭스를 통해서 시월애를 시청한 후, 예전의 감성이 묻어나는 한국 영화들을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한국 영화 시월애 포스팅이다.

 

時越愛, A Love Story, 2000 이 사랑이 떠나지 않게 해주세요. 사랑이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시월애는 한자 뜻처럼 시간을 초월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단순한 로맨스 영화라고 볼 수 없는 깊은 여운이 있는 영화였다.  

 

바닷가의 외딴 집으로 이사를 온 성현(이정재)는 이 집에 처음으로 거주하는 인물이다. 우편함에서 한 편지를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당신이 이사오기 전에 살던 사람이라며, 기다리고 있는 연락이 있으니 혹시 본인 앞으로 편지가 오면 아래의 주소로 보내달라며. 편지에는 이상한 점이 있다. 성현이 지은 일 마레 라는 이름과 1999년의 날짜. 그리고 아직은 자국이 현관 옆.. 이 편지를 받고 이상한 의구심이 든 성현은 답장을 보낸다.


그리고 은주(전지현)은 설마 정말 2년 전인 97년도에서 편지를 보내는 건 아니지요?라고 물으며 장난을 하는 사람인가로 오해하지만, 성현도 이상함을 느껴 다시 답장을 보낸다.

 

그렇게 주고 받게 되는 편지들.

1998 1월엔 눈이 많이 왔어요. 감기 조심하세요. 은주의 편지의 내용은 마치 모든 예언하듯 현실 속에 나타나며 차례 편지를 주고 받다가 은주는 우편함에 자신이 착용한 머리띠를 넣었고, 그것이 성훈에게 배달됨을 확인하며 편지가 정말 2 전으로 갔다는 것을 믿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강아지 콜라를 통해 시간이 어딘가 뒤틀린 같다며 깨닫는다. 영화 강아지 콜라 너무 귀엽다.

 

알 수 없는 얼굴을 한 상대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점점 마음을 주고받는다.

 

은주는 자신의 일기장에서 녹음기를 잃어버린 2년 전 날을 찾아낸다. 그 곳에 가면 제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성훈은 은주에게는 2년 전인 그 날, 그 시간에 지하철역으로 가 은주의 모습을 보게 되고 은주가 의자에 두고 떠난 녹음기를 통해 은주의 녹음된 목소리를 듣는다. 

 

보답의 선물로 은주는 일할 때 쓰라며 귀마개와 이건 전해질지 모르겠어요, 살아있는 거거든요.하고 물고기 한 마리를  넣어둔다. 그렇게 그 둘은 2년의 시간을 초월해 계속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어느 날, 아버지가 편찮으시다는 연락을 받은 성현은 2년 후인 2000년의 자신의 아버지, 건축가 한석진의 정보를 부탁하게 된다. 서점에서 1998년에 생을 마감한 유작집을 발견한 은주는 급한 마음에 유작집을 전하려다 교통사고가 난다. 소식을 바로 전하지 못한 채, 성현은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했다. 늦게 전해진 아버지의 유고집에서 아들의 집이라는 일마레를 보며 떠나간 아버지를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은주와 성현은 서로에게 심적으로 조금씩 의지하게 되지만, 성현이 은주의 과거의 시간에 머물러도 은주는 성현을 알아볼 수 없다. 

기침, 귀마개를 해도 말이다.

 

그 둘은 떨어져 있지만 함께 은주의 방식으로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서 마시고 달리고, 빨래를 하고. 성현의 방식으로  버스를 타고 내려 가로수길을 걷다 지칠 때쯤 나오는 카페에서 와인을 마시고, 자기를 위한 요리를 한다.
모든 장면들이 그렇지만, 각자의 시간이 겹쳐지는 장면의 연출이 정말이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 즐거웠어요. 하지만 혼자서 돌아오는 건 씁쓸하네요.
- 은주씨를 만나고 싶습니다. 은주씨만 괜찮으시다면요.
  콜라야 우리 진짜 만날 수 있을까?

 

그렇게 그들은 각자의 미래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정한다. 은주에게는 일주일 뒤, 성현에게는 2년 일주일 뒤.
산호사 해변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해변에는 집이 공사 중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설계한 집.
그 둘은 만나지 못한다.

 

- 한참을 기다렸어요.

   2 동안 많은 일이 있었나요?

   그냥 약속을 잊은 거였으면 좋겠어요. 

 

- 내가 약속을 잊습니까. 약속도 은주씨도.

 

- 내가 그렇게 낯설어요?

 

어긋난 시간. 허전한 마음이 깊어지는 편지 은주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떠나지 않게 도와달라는, 현실의 남자를 위한 부탁을 한다. 은주를 사랑하지만 사랑하기에 어쩔 없는 성현이다.

 

- 네. 제가 도와드릴게요. 일마레에서 행운이 가득하길 바란다는 편지, 당신의 사랑에 행운이 가득하길 빕니다. 그동안 편지 고마웠습니다.

 

마지막 인사를 하고 은주를 도와주기 위해 대학로로 향하는 성현 그리고, 성현의 사무실로 찾아간 은주는 성현이 그날 자신을 돕기 위해 오다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2년 전 자신이 목격한 죽음이 성현이었던 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제발 그 곳에 가지 말라는 편지를 전하려 한다.

 

…사랑하는 여자와 어쩔 수 없는 현실 속의 남자, 그리고 뒤늦게 이 남자를 사랑했음을 깨달은 여자.
과거의 시간 속의 남자, 미래의 시간 속의 여자. 각자의 현재. 시간을 초월하는 이야기들.

그리고 영화는 은주가 일마레에서 이사 가는 날, 성현이 일마레로  찾아오면서 끝이 난다.
- 지금부터 긴 이야기를 시작할 텐데 믿어줄 수 있어요?

 

/

결말은 되새김질을 하면 할수록 복잡하다. 
그러니까, 은주의 세상에서 은주가 성현의 사고를 목격할 때는 편지를 주고받기 전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다가 추후 건축과 사무실에서 교통사고의 이야기를 듣고 그때 그 사람이 성현이었음을 알게 되었던 것이고 그 편지를 보냄으로써 성현은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은주가 일마레를 떠나는 날 성현은 그 편지를 간직한 채 2년을 기다렸다가 찾아오게 된다. 여기서부터는 성현의 현재가 되고 은주의 과거가 되는 것이다. 

은주가 자신의 현재 2000년에서 성현의 1998년의 사고를 막아 그의 미래를 바꿔주었던 것처럼, 성현은 자신의 현재 1999년에서 1999년 현재 그녀의 미래를 바꾸는 것 (은주는 이 편지를 주고받던 것들 등 우리가 영화를 보던 모든 장면을 알지 못하고 (그녀에게는 미래이기 때문에.)이라고 볼 수 있다.

 

시점, 전체적으로 은주의 현재 시점으로 영화가 진행되고 마지막 둘의 만남 부분에서 성현의 현재로 시점이 전환된다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렇기에 단순한 해피엔딩이라고 볼 수 없어 그 씁쓸함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우리는 제3자로 그와 그녀의 시간을 모두 다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주조연 배우의 연기 모두 어색한 부분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영화 자체가 그것들을 다 덮어주기에 충분한 힘이 있었다. 주연 배우인 전지현과 이정재. 전지현 하면 엽기적인 그녀가 가장 먼저 떠올랐는데 엽기적인 그녀가 한 후에 찍은 영화인가 했더니 엽기적인 그녀는 2001년 7월 개봉, 시월애는 200년 9월 개봉이었다. 전지현의 대표작은 엽기적인 그녀가 아니라 시월애라고 이 영화를 본 순간 생각했다. 그리고 이정재의 눈, 손끝, 움직임 모든 게 영상과 하나가 되어 그 시간 속의 성현 그 자체였다. 이렇게 순수하고 글로 적어낼 수 없을 만큼 가슴 저리게 여운이 깊은 말 그래도 이런 클래식한 한국 멜로 영화는 사실 2000년대 전후로 뚝 끊겨 버린 것 같아 슬픈데, 이런 영화가 다시 나오고 또 이런 연기를 하는 배우 이정재를 다시 보고 싶다. 과연 이런 한국 영화가 과연 또 나올까?

 

마지막의 영화 시월애는 영상과 음악 ost 그리고 대사가 정말 감성적이고 감각적이었다. 
비가 내려 푸른빛을 띈 해가 진 저녁에 시월애를 보게 돼서 다행이었다. 시월애여서 다행인 날이었다.
빛과 색감 공기마저 전해지는 느낌의 영상. 정말 아름다운 영상과 조화로운 음악. 나긋하게 읊조리는 대사.
잔잔하고 가슴을 저미게 하는 깊은 아름다움이었다.

 

- 우리가 고통스러운 건, 사랑이 끝나서가 아니라 사랑이 계속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랑이 끝난 후에도.
-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은 아무것도 잃어 본 적 없는 사람보다 아름답습니다.
- 사람에겐 숨길 수 없는 게 3가지 있는데요. 기침과 가난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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