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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영화보기

영화 소공녀

by 자립청년 2019.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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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처롭게 따뜻한 영화 소공녀 를 보다.
매력적인 배우 이솜과 안재홍이 주연 배우로 나와서 한 번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영화, 소공녀가 넷플릭스에 올라와서 보게 되었다. 

 

소공녀 (microhabitat),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소공녀인 a little princess가 아니라 microhabitat: (생태) 미소(微小)서식 환경 ((미생물·곤충 등의 서식에 적합한 곳) 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작을 미, 작을 소,으로 부터 우리의 영화 속 (주인공, 이솜) 미소의 이야기이다.

 

집은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라고 덤덤히 말하는 우리의 미소.


하루 한 잔의 위스키와 한 모금의 담배,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친구만 있으면 바라는 것이 없다는 프로 가사도우미 미소. 변변한 집이 없지만 가사도우미의 일로 그렇게 다달이 살아간다. 새해가 되자 집세도 오르고 담배와 위스키를 포함한 모든 물가가 오르지만 일당만은 쉽게 오르지 않는다. 그러면서 위스키도 담배도, 취향도 아닌 방, 즉 집을 포기하게 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판 소공녀의 도시의 삶 이야기이다.

 

내 월급만 그대로이고 모든 게 다 오르는 현실, 도시의 집값은 몇 십 년을 모아도 금수저가 아닌 이상 엄두도 못내는 현실, 전세대출에 허덕이는 서민의 입장에서 모든 것이 감히 좋았던 영화이다. 집이 없고 가진 게 많지는 않아도 취향이 있고 내가 추구하는 가치관이란 것이 있다. 모두가 다르게 살아간다. 친척 어른들, 모르는 타인들이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여러 가지 말들 중 우리들이 가장 말하고 싶은 단순하지만 간단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이 영화 106분의 러닝타임 안에 모두 담겨 있다.

미소는 오르는 물가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 위스키와 담배, 남자친구와의 소소한 데이트를 포기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삶을 용기 있게 택한다. 집을 포기하고 캐리어 하나에 짐을 싸서 대학시절 함께 밴드를 했던 멤버들을 한 명씩 찾아가 마주하며 다양한 삶을 사는 같은 시대의 사람들을 보여준다.

 

문영, 흔히 말하는 그래도 성공한 친구. 도시의 높은 빌딩에서 일하며 바쁘게 일을 하며 사회의 틀 요구되는 것들에 맞춰지는 삶을 살고 있는 역할. 집에 누군가와 같이 지내는 것에 예민하다며 미소를 거절하지만 그 짧은 대화의 시간으로 충분히 나와 다른 위치에 있는 친구,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성공했고 사회에 자신을 맞추며 살아가는 친구의 모습을 하고 있다.


-얘는, 내가 언제 담배를 피웠다고 해.

 

현정, 재능 많던 친구 현정은 남편과 시댁의 시집살이를 하며 구질구질한 구석, 여전한 가난 속에서도 따뜻한 정으로 미소를 재워준다.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렸지만 남들은 모르는 사정을 품고 사는 친구다.

 

-결혼이 병인 같다.

 

대용, 신혼의 이혼, 떠나간 와이프로 인해 여자에 대한 공포는 물론 폐인이 되어버린 알코올 중독 대용, 매일을 술과 눈물로 보내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미소를 재워 준다.


- 못 벗어나. 집이 아니라 감옥이야. 이 집 한 달 대출 이자가 얼마인 줄 알아? 30년 동안 내야 이 집이 내 것이 돼.

 

록이, 대학 선배 록이,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집안, 노총각 록이와 그의 부모님은 우리 집에 들어오는 건 마음대로이지만 나가는 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마인드로 미소가 도망가지 못하게 모든 루트를 차단하지만 미소는 탈출에 성공한다. 이도 저도 아닌 삶이지만 그래도 많지는 않아도 시골에 집 한채 있는 부모님 덕 분에 어찌어찌 살고 있는 노총각 록이는 끝내 미소와의 만남을 모른 척한다. 


- 너 어차피 갈 데도 없잖아.

 

정미, 겉으로 보기에는 흔히 사람들이 얘기하는 취집한 여자라고 해야 하나, 권위적인 부자 남편과 결혼하여 크고 고급스러운 집에서 살아가지만 남편의 통제 속 눈치를 보고 살아가며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며 위태로운 부를 누리는 여자. 미소에게 친절을 베풀지만, 끝내 자신의 현재의 모습을 지키기 위해 미소에게 상처를 준다.


-본의 아니게 폭력적이어서 미안하다.

 

그리고 술집에서 일을 하며 오피스텔에 홀로 사는 외로운 여자, 민지. 
그런 민지가 고용한 가정부 미소와의 대화에서 우주를 떠도는 고아 같은 그들이 서로사 서로를 어루만져 주는 대화들까지.

 

이렇게 미소는 다섯 명의 동기들을 만나고, 가정부로 일도 하며 이렇게 떠돌지만 남자친구에게는 언제나 괜찮다고 미소를 보낸다. 그런 미소를 보고 자신이 해줄 수 없는 것들에 마음 아파하는 착한 남자친구 한솔(안재홍). 한솔은 우리 함께 있다고 상상력을 발휘해보자라고 애써 말하며 너무나도 사랑하는 미소를 위하는 자신의 방법으로 몇 년만 바짝 일하고 오면 된다며 웹툰을 하고 싶다는 본인의 꿈을 한편에 접어두고 돈을 벌기 위해 그렇게 사우디로 떠난다.

 

 

 

사랑하는 여자를 두고 떠나는 여자, 그렇게 떠나는 남자를 잡을 수 없는 여자. 
자신의 삶. 가사도우미를 하며 살아가는 미소, 다양한 상황의 동시대인물들, 그리고 모두의 선택. 


너무나 애처롭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미소다. 씁쓸하고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래도 미소를 응원하게 만드는 미소다. 영화 속 미소도 분명 마냥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힘든 삶을 살고 있고 열심히도 버티고 있다. 그래도 영화를 보는 내내 타협이라기보다는 이렇게 미소는 미소만의 삶을 살기를 바라는 작은 욕심 같은 마음이 들었다. 미소가 계속 미소였으면 좋겠다. 어쩌면 미소는 ‘집’이 없지만 다른 인물들은 ‘집’만 있고 자신은 없는 것 일 수도 있다. 

물질적인 풍요와 정신적인 풍요에 대해서 늘 주위에서 수많은 잣대를 함부로 대지만, 진정한 집이 있는 것은 우리의 미소가 아닐까? 
현재 20-30대를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미소의 대사:

- 헤프면 어때요.- 담배, 위스키, 그리고 한솔이 너만 있으면 돼.
- 난 갈 데가 없는 게 아니라 여행 중인 거야.
- 사람답게 사는 게 뭔데?
- 내 인생의 목표가 빚 없이 사는 거야.

 

+ 영화 소공녀를 본 후, 소공녀의 전고운 감독의 남편 이요섭 감독이 제작한 눈- 자이언티(feat. 이문세)의 뮤직비디오를 보길 추천한다. 

눈은 소공녀의 seauel 즉 뒷이야기이다. 미소가 아닌 한솔의 이야기였다. 현실을 택한 한솔. 그곳에 있는 한솔. 그리고 어쩌면 여전히 여행 중인 미소. 자이언티의 눈 뮤직비디오를 보고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뭔가 마지막인 것처럼 한솔은 가장 좋은 호텔방으로 들어가고 (생략)…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시집,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등을 통해 새와 같던 미소의 죽음 혹은 그 방문을 나오는 한솔의 자살 혹은 그녀(=꿈)가 떠남으로써 그녀와 있던 과거의 자신을 죽임 등 여러 가지 유추 및 해석 또한 가능 한 뮤직비디오였다. 

"애처롭고 따뜻하고 슬프고 사랑스러운 우리의 이야기. 영화 소공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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